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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역사에 기록되지 않은 또 한 명의 광해

     

     

    왕위를 둘러싼 권력 다툼과 붕당정치로 혼란이 극에 달한 광해군 8년,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자들에 대한 분노와 두려움으로 점점 난폭해져 가던 왕 '광해'는 도승지 허균에게 자신을 대신하여 위협에 노출될 대역을 찾을 것을 지시한다. 이에 허균은 기방의 취객들 사이에 걸쭉한 만담으로 인기를 끌던 하선을 발견한다. 왕과 똑같은 외모는 물론 타고난 재우와 말솜씨로 왕의 흉내도 완벽하게 내는 하선. 영문도 모른 채 궁에 끌려간 하선은 광해군이 자리를 비운 하룻밤 가슴 조이며 왕의 대역을 하게 된다.

     

     

    *이 포스팅은 영화 광해 왕이 된 남자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왕이 되어선 안 되는 남자, 조선의 왕이 되다!

     

     

    그러던 어느 날 광해군이 갑자기 의식을 잃고 쓰러지는 엄청난 사건이 발생하고, 허균은 광해군이 치료를 받는 동안 하선에게 광해군을 대신하여 왕의 대역을 할 것을 명한다. 저잣거리의 한낱 만담꾼에서 하루아침에 조선의 왕이 되어버린 천민 하선. 허균의 지시 하에 말투부터 걸음걸이, 국정을 다스리는 법까지, 함부로 입을 놀려서도 들켜서도 안 되는 위험천만한 왕 노릇을 시작한다.

     

     

    하지만 예민하고 난폭했던 광해와는 달리 따뜻함과 인간미까지 느껴지는 달라진 왕의 모습에 궁정이 조금씩 술렁이기 시작하고 점점 왕의 대역이 아닌 자신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하선의 모습에 허균조차 당황하고 만다. 영화 광해는 시대의 폭군, 혹은 비운의 군주가 한 명의 왕이 아닌 두 개의 얼굴을 가진 왕을 그려냈다.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라!

     

     

     

    당대와 후대의 평가가 극단으로 나뉘는 조선의 15대 왕 '광해' 도처에 깔린 암살과 역모의 위협은 그를 폭군으로 만들었으나 비사에 따르면 왕으로 불렸던 15년 중, 어느 15일간 그는 전에 없던 성군이었다. 궁 내 가장 아랫사람들의 안위까지 두루 살피고 백성 스스로 노비가 되고 기생이 될 수밖에 없는 현세에 개탄했으며 왕위를 지키기보다, 민생을 염려하는 조선이 꿈꿔온 왕이었다.

     

     

    하지만 광해군 8년 2월 28일. 광해군일기에는 이러한 글귀가 남아있다. '숨겨야 할 일들은 기록에 남기지 말라 이르라' 그리고 조선왕조실록에서 광해군 15일간의 행적은 영원히 사라졌다. 영화는 사라진 15일간의 기록을 상상력으로 재구성한 픽션 사극이다. 

     

     

     

     

    연기로는 깔 수 없는 이병헌

     

     

    왕이 될 수도, 되어서도 안 되는 천민이 왕이 되어가는 과정을 재미있게 풀어낸다. 저잣거리에서 조정과 부패한 권력을 풍자하는 만담꾼이 왕의 대역을 한다는 사실은 절대 발설해서는 안 되는 설정임은 확실하다. 말투, 걸음걸이, 눈을 뜨는 순간부터 잠이 들 때까지 철저하게 하선은 왕으로 살고자 노력해야 했다. 

     

    허균이 지시하는 대로 왕의 대역만 충실하게 이행하면 되는 하선이 자신도 모르게 진정한 왕의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는 순간을 광해, 왕이 된 남자 제2막이라고 볼 수 있겠다. 정치가 무엇인지 몰랐지만 백성을 위하는 길은 잘 알던 조선의 또 다른 왕. 권력의 가장 하위 계층에 있던 천민이 조선이 원하고 바라던 왕으로 탄생하는 모습을 여과 없이 잘 보여줬다는 생각이 든다.

     

     

     

     

    조선의 개혁 '광해군'

     

     

    영화는 저마다 사연이 있는 인물을 완벽하게 그려냈다. 저마다의 신분과 위치에서 각자 다른 사연과 비밀을 품은 이들과 조선시대를 배경으로 실제 역사와 픽션을 오가며 조선이 꿈꾸던 왕이, 조선을 위하는 왕으로 지냈던 15일간의 이야기를 웃음뿐 아니라 감동까지 함께 풀어냈다. 

     

     

    조선시대의 개혁을, 역사를 알고 보면 하선이 진짜 왕이 되었으면 좋았겠단 생각도 든다. 영화를 보면 리더의 역할이 얼마나 중요한지 알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그러나 예전에도 그러했고 지금도 마찬가지로 리더 혼자서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서로 다른 정치적 이념은 충신이 되기도, 불충이 되기도 한다. 픽션과 논픽션 그 사이에서 광해, 그리고 또 다른 광해를 만나기를 추천하고 싶다.

     

     

     

    광해, 왕이 된 남자 Masquerade, 2012

     

     

     

    개요 드라마 ㅣ 한국 ㅣ 131분 ㅣ 2012. 09. 13 개봉

     

     

    감독 추창민

     

     

    출연 이병헌(광해), 류승룡(허균), 한효주(중전)

     

     

    등급 [국내] 15세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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