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천 여행 술 익는 소리가 들리는 산사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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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 익는 소리가 들리는 포천 산사원

경기도 포천시는 가볼만한 곳이 참 많다. 개인적으로 경기도 당일치기 여행을 자주 떠나는 편인데 오늘은 포천시에 있는 전통술박물관 산사원에 다녀왔다. 포천 배상면주가 옆에 위치해있고 전통술뿐 아니라 전통술을 만드는 주기, 오래된 고서뿐 아니라 시음까지도 할 수 있어서 어른들의 박물관이라고 해도 무방하다. 가을 하늘이 청아해서 포천 아트밸리에서 꽤 좋은 시간을 보내고 느지막이 산사원 쪽으로 차를 돌렸다.

보기, 향기, 듣기, 체험하기, 공부하기, 느끼기, 갖기까지 칠감을 만족할 수 있는 산사원에서 보낸 하루에 대해 이야기해보려 한다.

*이 포스팅은 직접 방문하고 경험해본 지극히 주관적인 후기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포천 하면 배상면주가가 가장 먼저 떠오를 만큼 전통술을 다루는 산사원은 아는 사람은 다 아는 곳이다. 내비게이션을 켜놓고 한참을 달려가면 전통적인 가옥이 하나 보인다. 푸른 잔디 위에 올려진 양조장을 걷다 보면 편안한 느낌까지 들고 술 익는 냄새가 곳곳에 풍기는 모습이 아름답기까지 하다. 산사원 피셜을 잠시 빌어 말하자면 씨를 뿌리고 곡식이 영글면 그 곡식으로 술을 빚고, 잘 익은 술을 반주전자만 채워 서방님께 올리던 옛 아낙의 발그레한 수줍음이 느껴진다고 적혀있는데 정원 한가운데 서 있으면 따스한 햇살이 꽤 기분 좋은 느낌을 주는 곳임은 확실하다.

입장료는 성인 기준 1인당 3,000원이다. 입장을 하면 미니어처 술과 잔을 주는데 주는 잔을 들고 다니며 시음도 할 수 있다. 애주가들에게는 천국과도 같은 곳이 아닐 수 없다. 물론 저 잔을 사용하지 않아도 작은 종이컵에 맛을 볼 수 있게 준비해주신다. 박물관에 들어서면 화살표로 차례대로 볼 수 있게 되어 있는데 처음은 '보기'이다. 누룩틀, 용수, 겹오가리 등 전통술 관련 주기와 국내에서 구하기 어려운 고서 등 역사 관련 자료를 다양하게 볼 수 있다. 또한 조주 과정을 인형으로 만들어 전시해놔서 어떤 과정을 통해 만들어지는지 한눈에 알 수 있다.

산사원 갤러리 1층에서 산사춘을 비롯한 5종 술을 맛볼 수 있는데 백하주, 흑미주, 천대홍주, 활인 18품이 있다. 뿐만 아니라 세시주라고 하는 냉이주, 매실주, 국화주, 도소주, 석류주, 진달래주도 맛볼 수 있다. 전통술과 술지게미 음식도 시음, 시식할 수 있으니 이게 이 곳을 찾는 또 다른 묘미라고 할 수 있겠다. 그리고 예약을 통해 우리 술 빚기 체험도 할 수 있는데 직접 배우고 만들어 볼 수 있는 공간이 있으니 가족끼리 연인끼리 친구끼리 만들어보면 재미있는 시간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세 월랑, 개인적으로 율브레인이 가장 좋아하는 장소이다. 가만히 귀를 기울이고 있으면 술 익는 소리가 들린다. 전통술은 재료에서부터 숙성, 마실 때까지 독특한 향기를 가지고 있는데 쌀과 누룩, 산사열매, 냉이, 매실, 한약재 등 각종 재료들의 냄새가 숙성되면서 갖게 되는 고유의 냄새가 참 좋다. 술항아리에서 끓고 있는 술의 소리는 술이 발효되는 과정에서 미생물에 의해 탄산가스가 발생되면서 나는데 발효 초기에는 그 소리가 잦았다가 발효 후기쯤에는 그 소리가 뜸해진다.

500여 개의 항아리 속에서 1년동안 1차 숙성을 거친 후 온도가 일정하고 안적정인 실내 공간으로 이동해 2차 숙성과정을 거쳐야 제품으로 출시할 수 있다고 한다. 박물관을 다 보고 산사 정원으로 나가면 배상면주가의 대표 술인 산사춘의 원료인 산사나무가 있다. 산사 정원은 200년 된 산사나무 열 두 그루가 심어져 있고 나무 그늘 아래 놓인 항아리에서 술이 익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다. 시원하게 탁 트인 경관을 보며 불어오는 바람 속에서 운치 있게 차 한 잔, 술 한 잔 나눌 수 있는 기회가 참 좋았다.